도시의 모습을 통해 전하는 따뜻한 위로 | 사진가 이경준


한 프레임 안에서 펼쳐진 장면, 그 속의 사람들, 그대로 드러난 계절감. 그는 그런 장면에 시선을 오래 두었다. 들떠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편안함이 찾아오는 장면을 프레임에 담았던 건 도시에 살면서 이경준 스스로 위로받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은 이제 자신을 넘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려 한다.

Interview by geulwoll
Photography by grove.



그가 찍는 사진

짧은 일정으로 서울에 오셨다고요. 현재 뉴욕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개인 일정으로 10일 정도 서울에 오게 됐어요. 현재는 뉴욕에서 물리치료학을 공부하며 일을 하고 있고요.

사진을 위한 공부를 하러 뉴욕에 간 줄 알았는데요.
사진과 무관한 전공을 하고 있지요. 서울에서 지낼 땐 사진을 업으로 했었는데, 점점 사진을 일로 대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에서 멀어지고 싶었어요. 그저 좋아서 하는 행위로 남겨두고 싶었어요. 물론 지금의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뉴욕에서 제 전공을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결론에 다다랐고 지금은 그 시간을 보내는 중에 있어요.

사진과 물리치료는 정말 다른 영역이잖아요. 두 가지를 겸해서 잘 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싶기도 해요.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닌데, 사진을 찍는 저도 저이고, 다른 일을 하는 저도 저라서 받아들이고 있어요. 두 가지 모두를 즐기면서 오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요.

‘이경준’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사진은 ‘도시의 패턴’이에요. 이런 사진은 어떤 계기로 찍게 되었나요?
군대에 다녀오고 곧바로 대학원에 복학해서 학교 생활을 시작했어요. 변화된 환경과 생활에 적응하는 게 정말 쉽지가 않았어요. 연구실을 옮기는 바람에 나름의 압박도 많았고요. 그러던 중에 좋은 기회를 만나서 주말에 촬영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지도 교수님 몰래 저의 이중생활이 시작된 셈이죠. 주말마다 일상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다 보니 그 시간이 일탈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촬영을 하면서 평소에는 잘 갈 수 없는 고층 빌딩이나 새로운 장소를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틈틈이 도심을 내려다보게 되었어요. 그 모습들이 제 관심을 확 끌어들였죠. ‘도시의 패턴’ 작업은 그렇게 찍기 시작한 사진들이에요.

서울에서 도심을 내려다볼 때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었어요.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고 사람 관계의 고민도 많았던 때라서… ‘나와 같은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저마다의 고민이 있겠지’ 하며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경준을 대표하는 사진 '도시의 패턴'




그로브와의 만남

그로브와 네 가지 테마로 작가님의 사진을 선보이게 됐어요. 작가님의 사진 중에 도시 빌딩이나 패턴보다는 일상의 시선에 주목했는데요. 이런 기획으로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떠했나요?
제 SNS 사진 계정(@l.k.j)에 올리는 사진들은 일관된 시선이 있어요. 그것에 맞춰 올리다 보니 다양한 시선으로 올리지 못하는 사진들이 있는데, 그로브에서 그 부분을 알아채고 제가 가볍게 찍는 일상 사진에 관심을 보였어요. 그리고 그 사진들을 밖으로 공개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어 했죠. 그 제안이 흥미로웠고 즐거운 작업이 될 것 같았어요.

네 가지 테마의 타이틀이 WEEKEND, SPACE, MOMENT, FLY 이에요. 테마에 따라 사진을 보여주는 방식에도 여러 고민이 있을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예를 들면 패브릭에 인쇄된 사진처럼요.
제 사진들을 잘 파악하고 좋은 테마로 묶은 것 같아요. 그로브에서 사진을 출력하는 방식을 여러 형태로 고민하는 점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느끼고요. 저 또한 제 사진으로 여러 시도들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로브와 작가님의 생각이 열려있어서 재밌는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네요.(웃음) 앞으로 1년 남짓 동안 네 번에 걸쳐 그로브에 작업을 선보일 예정인데, 긴 여정을 앞둔 소감은 어떠한가요?
이렇게 긴 호흡을 통해 제 사진을 선보이게 되는 건 어떻게 보면 저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에요. 기존의 스타일이 아니라 최대한 다른 스타일의 사진을 그로브를 통해 보여주려고 해요.

네 가지 시리즈 중 WEEKEND가 먼저 공개 됐어요. 이 사진들은 어떻게 찍게된 사진들인가요?
집 앞 공원으로 가는 다리에서 찍은 사진들이에요. 평소 지쳐있을 때나 퇴근 후에 가는 곳이죠. 해 질 녘 즈음에 공원에서 쉬면서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러 가요. 아마 작년 초여름부터 이곳에 다녔던 것 같은데, 한때는 거의 매일 가다시피 했어요.

그 여유로움이 담겨서 일까요?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나른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그 분위기가 좋아서 실제로 그곳에 가보고 싶어질 만큼요. 그런데 이 시리즈의 이름이 ‘주말 WEEKEND’인데 매일 들러서 사진을 찍었다면 이 사진들은 꼭 주말에 찍은 건 아닌가 봐요?
그로브에서 선보이는 사진들은 주말에 찍은 게 맞아요.(웃음) 처음에는 카메라도 없이 다니던 곳이었지만, 그 장면이 좋으니 또 안 담아낼 수가 없더라고요. 주말 오전에 카메라를 들고 공원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담았어요.

그렇군요. 작가님 사진 속의 피사체는 대부분 작은 크기로 있는데요. 잘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크기가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보여서 사진을 더 오래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지나친 현장감이 느껴지는 사진보다는 이렇게 상상하게 되는 장면을 좋아해요. 피사체가 작은 점으로 보이더라도 그 장소의 분위기는 그대로 담겨 있죠.

WEEKEND 시리즈만큼이나 이후의 시리즈들도 어떤 사진으로 선보일지 기대가 되네요.
네.(웃음) 영국, 일본, 괌 등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들과 전망대에 올라 찍은 사진들 등등 다른 테마에 걸쳐서 사진이 차례로 공개될 예정이에요.




앞으로의 이경준

짧은 서울 일정이 끝나면 다시 뉴욕으로 돌아갈 텐데, 그곳에서 또 어떤 사진을 찍게 될까요?
조금 더 다양한 시선을 가지려고 많은 곳에 다니고 있을 것 같아요. 뉴욕에서 지낸 초장기에는 신나게 걷고 찍을 것도 많던 날들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익숙해져서 생활이 되니까 뉴욕에 있으면서도 여행객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어느 곳이든 일상이 돼버리면 금세 관성이 생겨서 새롭게 느끼던 것들도 눈에 잘 안 들어오죠
네 맞아요. 올해는 다른 도시 여행도 가보려 하고, 지금보다 새로운 것들이 보이면 재밌게 사진도 찍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로브를 통해 작가님을 만나게 될 사람들, 도시 속 또 다른 이에게 한마디를 전한다면요?
“그로브에서 선보이는 사진들은 제가 위안받으려고 찍은 순간들이 많아요. 이런 사진들을 함께 보면서 위안을 받고, 마음이 편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본 정보
도시의 모습을 통해 전하는 따뜻한 위로 | 사진가 이경준
shop grove. Someone's 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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