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듀오, 콩과하 | 김혜빈, 하진구



그로브의 두 번째 팝업 스토어를 글월과 함께했다. 이번 팝업은 공간 디자인을 맡아준 ‘콩과하’로 인해 더욱 풍성한 자리를 만들었다. 건물 속에 작은 숲을 형상화하고, 그로브의 방을 글월 안으로 들였다. 회사와는 별개로 재밌는 일 좀 벌여보고 싶은 ‘콩과하’. 철저하게 ‘재미’를 위해 뭉친 이들이 준비한 팝업의 주제와 과정을 물었다.





Interview by geulwoll

Photography by grove.









콩과하

안녕하세요. ‘콩과하’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콩: 먼저 해요.
하: ‘콩과하’의 과하 하진구 입니다.
콩: ‘콩과하’의 콩을 맡고 있는 김해콩입니다. 여긴 ‘하’씨라서 ‘하’
하: 여긴 ‘콩’으로 끝나서 ‘콩’ 그래서 ‘콩과하’입니다.

두 분 각자의 소개도 부탁드려요.
콩: 공간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디렉터, 그래픽 디자이너분들과 공간과 브랜드를 기획하고 구체화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하: 종로구 행촌동에 살고, ‘T-FP’라는 공간 디자인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직책은 디렉터입니다. 브랜드 디자인과 공간 디자인을 하는데, 본 업무는 프로젝트를 원활히 흘러가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해요.

함께 일하는 두 분의 관계가 궁금한데요. 콩과하는 어떻게 만들어진 팀인가요?
콩: 일단 진구 씨와 직장 동료이자 프로젝트 진행을 가장 많이 한 사이에요.
하: 함께 프로젝트를 많이 하다보니 대화를 많이 해요. 농담처럼 프로젝트를 같이 해보자 하던 것을 실제로 해보게 된 팀이에요.

글월과 웬아이워즈영이 함께 연 팝업 'stamp to stamp' 의 가구 디자인을 맡아 첫 호흡을 맞춰보기도 했어요. 이 팀에서 두 분의 역할이 나눠져 있나요?
콩: 역할이라고 정해둔 건 없어요. 사실 회사에서는 업무적으로 정해진 역할이 있는데, 그걸 따르지 않으려 노력해요. 외부에서 하는 활동이니까 굳이 그 방식대로 하지 말자는 게 규칙이라면 규칙이라고 할까요.
하 : 네 동의해요.







컬러 석고 보드를 활용해 구성했던 'Stamp to Stamp' 전시 공간 기획





그로브의 방

그로브와 글월의 팝업 ‘편지 쓰는 풍경’의 공간과 전시 디자인을 맡았어요. 팝업 속 콘셉트가 ‘그로브의 방’인데요. 그로브의 인상과 이 콘셉트가 나온 배경이 궁금해요.
콩: 그로브를 알고는 있었어요. 다만 이번 팝업 디자인을 ‘콩과하’가 맡게 된다고 해서 그로브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됐죠. 재밌었던 건 다른 편집숍에 비해 물건이 한정돼 있다는 점인데, 그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그 이유를 먼저 물었어요.
하: 한 차례 미팅을 가진 후 어떤 콘셉트를 가지면 좋을까 혜빈 씨와 논의 중에 그로브 슬기 씨 SNS 개인 피드를 보고 그 무드를 그대로 옮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콩: 그로브에 셀렉 되는 물건들은 직접 써보고 좋은 것을 소개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슬기 씨가 집에서 사용하는 가구들을 가져오고 그 분위기를 만들어서 그로브의 방을 꾸미자 생각했어요.

글월과 그로브 두 브랜드를 공간 안에서 풀어낼 때 그 연결점은 어떻게 구성했나요?
콩: 글월이 항상 고착화된 이미지로 보이는 걸 원치 않는다고 들었어요. 작은 변화를 주기 위해 다른 공간의 느낌을 가져다가 놓아도 재밌을 것 같았죠.
하: 일단 글월 안에서 팝업을 여니까 그로브의 방이라는 무드를 가져왔을 때 그 배경으로 어쩔 수 없이 글월이 남게 돼요. 그래서 그 연결점을 특별히 찾진 않았어요. 대신 글월 공간 자체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그로브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고는 생각했죠. 그런 이유로 실루엣만 비치는 소재로 글월의 모습을 가리는 방식을 택했어요.

그로브의 방을 만들면서 콩과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요?
하: 그로브의 방을 구현하자는 콘셉트를 정했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 콩과하의 역할이 공간 가구배치가 전부는 아닌 것 같았어요. 이외에 우리가 만들 수 있는 다른 무언가의 작업물이 필요했죠.
콩: 덧붙이자면, 외부 활동이기 때문에 최우선으로 ‘재미’를 목표로 두거든요. 회사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을 해보는 것에 방점을 두고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을까 거창하게 생각해봤는데 공간을 벗어난 부분에서 그 역할을 할 수 있었어요.

입구부터 초록색의 스티커가 붙은 게 인상적이었어요. 이 스티커는 어떤 의도로 붙였나요?
콩: 팝업을 위한 약간의 힌트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글월이 4층에 위치한 게 특수성인데, 그것을 헤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에게 재밌는 요소를 주고 싶었죠. 스티커 모양은 그로브 로고에서 형상화했어요. 큰 원과 작은 원, 반 원이 어우러진 그로브의 로고가 크고 작은 나무들이 어우러진 ‘작은 숲’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생각해서 세 개의 도형이 각각 한 그루의 나무 또는 나뭇잎처럼 느껴지길 기대했어요.
하: ‘작은 숲’의 뜻을 가진 그로브와 건물 꼭대기 층의 글월을 연결해봤어요.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지만 조금 조금씩 걷다 보면 끝끝내 나오는 작은 숲으로 향하는 경험을 팝업스토어에 오는 동안 주고 싶었어요. 외부에서 윈도우 그래픽을 보면 작은 숲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요. 건물 아래에서 보면 뭔가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올라오는 그 길에 작은 요소들을 발견하도록 했죠.
콩: 반투명한 시트지를 사용한 덕에 오전 시간에는 초록색 그림자가 곳곳에 맺히는데, 이게 나무 그림자처럼 보여서 글월 안에 그로브를 가져온 거지만 이렇게 보니 오히려 글월이 작은 숲으로 간 것 같아 묘한 분위기가 났어요.














공간 브랜딩과 팝업 스토어

공간 브랜딩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니 하나 물어보고 싶어요. 최근 여러 브랜드의 팝업이 활발하게 생기고 있어요. 이렇게 많은 팝업이 생기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세요?
콩: 얼마 전 매거진 에서 팀원 인터뷰 요청이 있어서 질문에 간단히 답변을 했는데요. ‘눈여겨보는 디자이너나 스튜디오가 있나요?’라는 질문이었어요. 여기서 어떤 특정 디자이너나 스튜디오보다 요즘은 순수예술 전시나 브랜드 팝업에서 많이 배우는 것 같다고 말한 부분에 다들 공감했어요. 다른 팀원들도 비슷하게 답하더라고요. 요즘에 열리는 팝업들이 그 양과 질이 좋아서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하 : 저도 동의합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팝업 스토어에 대한 의미가 더 커지는 것 같아요. 브랜드가 만나 팝업을 여는 것이 어떤 효과를 준다고 생각하나요?
콩: 제가 직접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나비효과에 대한 기대가 있을 것 같아요.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듯 비슷한 브랜드가 모이게 된다고 생각하는데, 개인 브랜드가 많아지면서 비슷한 결의 사람들끼리 교류가 생기는 걸 볼 수 있고요. 그 브랜드를 좋아하면 저 브랜드도 좋아하게 되니까 이런 흐름이 생기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하: 팝업은 두 브랜드가 만나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하니까 둘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둘의 조화가 좋거나 아니면 둘 모두 부서져서 완전히 새로운 것이 생기는 것으로요. 이번 글월과 그로브의 팝업은 적절히 잘 섞여서 만들어진 것 같아요. 오프라인 숍이 없는 그로브와 온라인 숍이 없는 글월이 만나고, 글월의 공간을 일부 가리면서 그로브의 물건들과 가구들이 들어오고요. 이 지점이 적절했던 것 같아요.

그럼, 하나 더 물어보고 싶어요. 브랜드를 운영하는데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하: 굳이 없어도 된다는 생각이에요. 현실적으로 신생 브랜드일수록 치솟는 임대료로 인해 운영과 유지가 쉽지 않을 텐데, 그것보다는 팝업스토어를 하게 될 때 잘 준비해서 보여주는 게 일반 소비자로 하여금 다음 팝업을 기대하게 만들 것 같아요. 1년에 1천만 원의 임대료가 들 걸 오히려 팝업에 잘 투자할 수 있을 테고요. 브랜드의 방향과 필요에 의해 공간이 필요하다면, 공간을 두는 거라 생각하지만 꼭 있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콩: 어떤 콘텐츠를 다루냐에 따라 다를 텐데, 경험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브랜드일수록 공간과 떼려야 뗄 수 없을 것 같아요. 물건에 제한된 게 아니라 그것과 더불어서 생겨나는 일들이라던가 그런 분위기를 함께 다루는 브랜드에는 아무리 작은 공간이라도 꼭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 공간이 대중에게 물리적으로 열려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로브의 슬기 씨 집처럼 SNS를 통해 사진으로 간접적으로 전달될 수도 있고, 예약하는 방식을 통해 일부 약속된 사람들에게만 개방될 수도 있고요. 중요한 건 그 콘텐츠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 덧붙여서, 혜빈 씨 말에 동의해요.(웃음)

두 사람이 공간 브랜딩을 하니까 묻고 싶은데요, 좋은 공간 브랜딩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그로브가 지향하는 것은 주인을 닮은, 주인의 아이덴티티가 공간에 묻어나는 것이었어요.
하: 그로브가 지향하는 것에 동의해요. 주인장과 닮은 브랜드와 공간이라면 가장 좋죠. 그것을 요즘에 맞는 것으로 잘 다듬어 주는 게 저희의 역할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주인장의 역할이에요. 공간을 경험하거나 물건을 구매할 때 주인장이 손님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기억이 달라져요. 이 부분들이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콩: 주인과 공간이 닮은 공간에 대해 팀원들과 종종 이야기해요. 이전에는 그것이 일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마냥 닮았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요즘은 상업공간으로서 가져야 할 흥행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라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방문자 또는 주인을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은 공간인 것 같아요. 서로가 옆에 있는지 없는지 모르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요.

앞으로 콩과하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요? 다른 타 브랜드들과 연락이 닿을 수도 있는데 어떤 연락을 받고 싶은지?
하: 자유로운 혜빈 씨를 제가 옭아매고 있긴 하지만 서로가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중요한 건 혜빈 씨가 말한 것처럼 공간을 다루는 건 회사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회사에서 할 수 없는 일이라든지,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하면 좋겠어요. 글월로 연락 주세요.
콩: 저희가 아직 글월 소속이거든요.(웃음)


기본 정보
프로젝트 듀오, 콩과하 | 김혜빈, 하진구
shop grove. Someone's 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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